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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돈의 맛 (12년 6월)
 작성자 : 십시일반
작성일 : 2012-08-15     조회 : 920  



 
 
사무국장 돈키호테
 
 
“그거 참 모욕스럽더라고...”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을 본 모든 사람이 가장 강렬하게 주제를 느낄 수 있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돈의 힘으로 젊은 육체를 탐하고, 돈의 힘을 얻고자 머슴노릇을 하고, 결국에는 돈의 노예가 되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버린 삶을 살고, 죽을 때가 돼서야 후회하는 재벌가의 이야기다. 이 영화도 시작부터 노출 마케팅을 펼치며 강렬한 베드신을 연상케 하는 예고편을 내보였고, 특히 19금 예고편도 따로 만들 정도로 ‘돈의 맛’을 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주연배우인 김강우는 출연하는 모든 영화에서 훌러덩 벌러덩 벗고 나오는 배우(그만큼 몸이 좋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만...)이지만, 반대로 김효진은 거의 노출을 안 한 배우로 유명하다. 거기에 백윤식 특유의 느물거림(?)과 윤여정이 김강우와 벌이는 베드신을 연상시키며 ‘돈의 맛’은 사람들의 관음증을 자극하며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실 별 관심 없었다. 그런데 내가 이 영화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바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백윤식의 대사였다. 인간선언을 하며 “그거 참 모욕스럽더라고...” 그래서 관심을 가진 영화를 극장가서는 못보고 집에서 쿡TV로 4인이 8,900원 결제하여 봤다.
 
이 영화는 여느 영화와 다르게 작품의 배경이 넓지도 않고 단조로웠다. 거대한 집안에 있는 여러 개의 방과 수영장, 차안 그리고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 만약 이 영화를 야한영화라고 생각하고 단순한 재미로만 봤다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돈이 아깝다고 말했을 것이다.(실제로 같이 본 동생은 이 영화 뭐야? 라며 화를 냈다.) 참 별거 없다. 그러나 감독이 자의든 타의든 현실과 영화의 경계선을 아슬아슬 줄을 타며 관객들에게 던진 말들을 생각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에 돈 창고에 들어가서 백윤식이 김강우에게 몇 뭉치 챙기라며 한 대사 “맛이나 봐둬”와 노비서가 사람을 죽이고도 혹은 반윤리적인 행동을 하고도 돈 봉투를 건네며 “이 맛에 이 짓하는 거야.”라든가...
 

‘돈의 맛’에는 노회장, 금옥, 윤회장, 윤철, 나미가 재벌가의 가족구성원이고, 주영작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출세를 위하여 대기업에 채용되어 윤회장의 오른팔이 된 인물이다. 금옥(윤여정)은 자신의 남편 윤회장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가정부 에바가 임신을 하자 에바를 죽인다. 이처럼 전형적으로 물신화된 인간이다. 돈을 지키기 위해 정계와 법조계를 주무른다. 자신이 여성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윤회장(백윤식)을 남편으로 맞이해 마름처럼 부린다. 아들에게 돈을 온전히 넘겨주기 위해서다. 그의 아들 윤철(온주완)은 어머니를 이어 돈을 벌기 위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다.
 
반면에 가족 내에서 이들의 대척점에는 윤회장(백윤식)과 나미(김효진)가 있다. 이들의 돈의 맛을 직접 보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인간의 본원적 자존감을 찾아 떠나게 된다. 주영작(김강우)은 이들에게 고용되어 인간성, 자존감을 버리기를 강요당하는 평범한 월급쟁이일 뿐이다. 그럼 노회장은? 이 노회장은 금옥의 뒤에서 갑자기 불쑥 나타나지만 혼자서는 거동도 못하고 심지어 호흡도 못하여 인공호흡기를 끼고 다니지만 실제로는 금옥을 뒤에서 조종하는 인물이다. 금옥이 물신화된 인간이라면 노회장은 실체 없는 화폐=돈을 상징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감명 깊게 본 내용들이 있지만 지면상 한 가지 내용만 이야기 하겠다. 영화를 보며 감독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느꼈다. 그중 나에게 가장 깊이 생각하게 하는 장면은 윤회장과 에바와의 관계다. 돈의 맛 때문에 사랑하지도 않는 여인과 결혼해, 돈 맛을 제대로 보며 살았지만, 그래도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자신이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했고,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들을 돈 때문에 버릴 수밖에 없던 삶을 후회하던 윤회장은 마지막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늘 돈 때문에 이런 저런 고뇌를 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 돈이 크든 작든, 우리가 젊든 늙었든. 과연 인간다운 삶을 위해 돈을 버릴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끝없이 관객에게 질문한다. 물질적 풍요와 소비 혹은 인간성과 자존감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고... 재벌가가 될 수 없는 일반관객들은 주영작(김강우)이 되어 선택을 해야 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혹시 ‘돈의 맛’의 주된 포인트를 노출과 베드신으로 잡고 보신 분이 있으면 영화를 다시 보시고 선택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