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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과 협동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회인들의 새로배움터
 
지난 토요일 마로니에공원에 갔었어요.
 작성자 : 비너스
작성일 : 2010-06-07     조회 : 1,848  

마로니에 공원에 연극을 보러 간 건 아니구요.
미화원 노동자들 집회가 있다고 해서 촬영도 하고 겸사겸사 갔었어요.
날씨도 엄청 덥고, 오전에 결혼식에 가느라 약간 불편한 옷차림이고 해서 솔직히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연세대 미화원 노동자 풍물패의 신명나는 풍물 공연으로 집회가 시작되고!
짜증은 화~악 가셨습니다.
 
무대위로 미화원 노동자들이 직접 올라와서 노동조합 가입전에 부당했던 상황들과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휴게공간의 문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실감나게 말씀해 주셨고,
 
연세대 미화원 노동자들의 에어로빅 공연으로 집회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이화여대 노동자 노래패의 트로트 개사 노래공연에 맞춰 곳곳에서는 춤판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미화원 노동자들의 집회에 축하 메세지를 보냈는데,
메세지 중에 4월경에 진행했던 저와의 인터뷰 얘기도 담겨 있어 약간 오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사진 : 민중언론 참세상)
 
그리고 집회의 마지막은 대학로 주변을 행진하는 것이었습니다. 빗자루 피켓과 분홍풍선을 들고 연세대미화원 풍물패의
신명나는 풍물에 맞춰 즐겁게 행진을 했습니다.
 
대학로 행진을 하면서 아줌마들과 대화도 하면서 즐겁게 걸었어요.
한 아줌마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남 안 속이고 떳떳하게 내 일 열심히 하면 되는 거라고.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고. 우리 없으면 더러워진 건물 누가 치워주냐고.
한참을 말씀하시다가 마지막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런거에 비하면 우리 임금이 너무 적은것 같다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체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저임금의 상황에 놓여있는 미화원 노동자들.
 
요즘 한창 대학생 패륜녀, 패륜남 때문에 말들이 많지만,
" 청소가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 정도 임금이면 충분한거 아니야? "
" 그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요!"
"여기가 무슨 경로당인줄 아느냐?" (동덕여대 총장이 고용승계요구하는 미화원 노동자에게)
라고 말하는 수많은 관리자. 그리고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은근히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철없는 패륜남, 패륜녀를 비판하는 데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오늘부터라도,
내가 생활하는 공간의 "투명인간" 같은 미화원 노동자들에게
눈인사라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자기가 설계하는 건물에서는
미화원 노동자들이 쉴 곳이 없어 지하실 구석이나 화장실 한켠에서 밥을 먹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 약속한다는
어느 건축설계사의 편지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이웃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