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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과 협동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회인들의 새로배움터
 
늦은 송년회 후후후기
 작성자 : 유매
작성일 : 2010-12-20     조회 : 1,498  


요즘 갖가지 송년회가 이어지다 보니 센터 송년회가 얼마나 젠틀한 자리였던가 절감하고 있습니다.
술독에 담궈졌다 기어나와서 다음 술독에 풍덩 빠지는 그런 술년회가 이어지고 있어요ㅠ_ㅠㅋㅋ
 
센터 덕에 잊은지 오래였던 시들도 차분히 읽어봤고
후배선배님하들의 열창과 승오 군의 마술공연, 제대 일주일 된 철우 군의 기타 연주도 들었어요.
 
선물로 받은 종은 현관문에 걸어놨더니 집에 들어갈때마다 딸랑딸랑
가게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서; 봄이 되면 베란다에 걸려고 모셔뒀습니다. 선물 감사해요-호호
(빨래세척제를 선물로 받아간 승오군이 갑자기 스쳐지나가는군요 ㅎㅎ)
 
단체사진을 깜빡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사진방에 얼른 업데이트되길 바랄게요!
 
송년회 참석 못한 분을 위해 낭송했던 시 중 하나를 붙여넣습니다.
좀 길지만, 찬찬히 읽어보세요~광수오빠의 "너어스" 발음을 떠올리면서 ㅋㅋ
 
 
 
 
 
어느날 고궁을 나서며 (1965)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느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