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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묻고 세상을 품은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추모하며.
 작성자 : 비너스
작성일 : 2011-09-06     조회 : 1,593  














추모의 글 _ 어머니 말씀처럼 꼭 살아서 싸울게요
                                                                                                                                      김소연 |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


2008년 이소선 어머님을 처음 만났다. 그때까지 어머니는 가까이 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멀리 계신 큰어른이셨다. 어머니는 당시 단식 중인 우리를 찾아 농성장에 오셨다. 당시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 조합원 모두는 ‘이제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이 컸다. 불법파견에 대해 회사 측이 잘못을 인정하고, 해고한 노동자들을 복직시키라는 우리의 소박한 요구가 1000일을 넘게 싸워도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인가. 사람 목숨보다 우선해 지켜야 할 것이 있는가.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 한 살아서는 땅을 밟지 않을 작정이었다.
 
단식 50일차에는 기륭전자 경비실 옥상에 관을 올리기도 했다. 어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힘겹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시자마자 농성장 주변을 둘러보셨다. “위험한 물건 없냐?” 아마도 독약이나 시너, 흉기 같은 것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모양이다. “없어요.” 어머니는 농성장 입구에 설치해 놓은 올가미를 보시고선 “이건 뭐냐?”며 큰소리로 물으신다. 결사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사람은 몰리면 죽을 수 있다”며 가차없이 싹둑 잘라버리셨다. 내 손을 꼭 잡고 말씀하셨다. “죽는 건 태일이 하나로 족하다. 살아서 싸우자. 단식을 중단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그렇게까지는 말 못하겠어. 너희가 알아서 죽지 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너무 죄송스러웠다. 일터에서 일 좀 하겠다는 것이 이렇게 목숨까지 걸고 싸워야 하는 건가 하는 서글픈 마음이 밀려왔다. 어머니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009년과 2010년 새해 인사차 어머니를 비롯해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어르신들과 점심이나 한 끼 해 먹고 오자고 조합원들이 이야기해서 동태전과 매운탕거리 등 시장을 봐서 유가협 사무실 ‘하눌삶’에 간 적이 있다. “점심 한 끼 해드리려 한다”며 전을 부치고 매운탕을 끓이자 모두 즐거워하셨다. 그때도 어머니는 몸이 안 좋으셨다. 한참 팔과 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밖이 어둑해져 돌아가려는데 어머니가 “하룻밤 안 잘 거면 앞으로 오지 마라” 하신다. 한 끼로 안 채워지는 외로움이나 그리움이 있나 보다. 그 말씀을 들으니 또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진짜로 또 올게요. 그때는 꼭 하룻밤 자고 갈게요.” 우리는 끝내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2010년 8월 또다시 경비실 옥상 단식농성, 포클레인농성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기륭전자 측과 합의에 이르렀다. 투쟁 1895일 만이었다. 그후 지난 4월 안치웅 열사 초혼장에서 어머니를 다시 뵈었을 때 어머니는 당신 몸도 불편하신데 “우리 몸 괜찮냐”고 걱정하셨다. 그 염려가 어머니와의 마지막 대화가 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은 2차 ‘희망의 버스’를 앞두고 어머님이 영상으로 하신 이야기였다. 모두 어머니가 건강을 회복해서 꼭 희망버스를 함께 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 우린 더 많은 힘이 날 거라고, 김진숙도 큰 힘이 날 거라고 했다. 그 꿈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늘 우린 어머님의 영정을 모시고 눈물의 희망버스를 타고 김진숙을 만나러 간다. 어머님과 수다 떨며 부산에 갈 수 있었다면 얼마나 기뻤을까. 어머니는 김진숙을 만나면 내게 했던 말 그대로 하실 것이다. “죽는 건 태일이 하나로 족하다. 살아서 싸우자.” “고공농성 말리고 싶지만 차마 그렇게는 말 못하겠다.”
 
보이지 않지만 늘 어머니는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다.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재능교육, 강정마을에서 어머니는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다.
 
어머니,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우리 노동자 모두는, 우리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머니로부터 얼마나 많은 희망과 힘을 얻었는지 몰라요. 우리 기륭 노동자들, 어머니 때문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어머니, 안녕히 가세요. 우리 모두가 전태일이 될게요. 단결하고 단결하고 단결하여 투쟁하고 승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