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취업전에 작성한 글인데 생각나서 올립니다^^ 나는 백수다. 아니 좋게 말해서 취업준비생이다. 센터 게시판에 취업을 준비한다고 말하고 어느덧 수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핑계라면 취업 과정이 매우 길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대기업 취업을 위해 나 역시 수개월을 준비해 왔고, 지금은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희망에 벅차있던 대학 입학과는 달리 지금의 심정은 빨리 이 백수의 불명예직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 참... 서류통과를 위해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작성하다보면 자기 자신이 마치 상품이 된 듯 한 기분이 든다. “저는 이런 경험이 있고, 이런 기술에 익숙하며, 이런 어학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리더십이 있고, 창의적이며, 배려심이 많습니다.” 합격 자소서를 보면 "정말 이 사람이 이렇게 살았을까?" 라는 의심이 든다. 물론 나도 과장된 자소서를 작성했고, 부끄럽지만 그렇게 서류를 통과했다. 사실대로 자신을 소개하자니 너무나 초라했기 때문이다. 어학연수 경험도, 큰 대회 수상 경력도 없다. 그렇다고 학점도, 어학점수도 높지 않다. 동아리 활동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정말 암울했을 것 같다. 흔히 스팩이라는 것으로 취업의 1단계 문이 열린다. 최근에는 전산 시스템으로 지원이 가능해지면서 “스팩으로 거르기”도 한결 쉬워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내가 열심히 작성한 자소서도 결국 그렇게 사라져버렸을까? 이런 얘기를 하면 대부분 “그러면 대기업은 무슨 기준으로 사람을 뽑냐? 좋은 사람을 뽑아야 이익을 내지!”라고 말들을 할 테지. 정말 한국 사람들은 대기업 사랑은 너무나 순수하다. 기업의 이익이 자신의 이익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스팩이 딸리는 취준생은 그저 한심한 대상일 뿐이다. “스팩 따지는 대기업이 싫으면 왜 지원을 하냐?” 이렇게 물으시면, 나도 사실 그게 답답하다. 솔직히 나는 한국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기 때문에 대기업에 취업을 하려는 것이다. 너무 현실에 타협해 버린, 이상도 꿈도 없는 말이지만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물신 사회가 되어버린 한국에서 돈이 없으면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대학을 나와야 사람 대접받는 구조 속에서 2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되었고,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평균 월급으로는 10년 가까이 돈을 갚아야한다. 물론 먹고 살기는 하겠지. 하지만 매년 높아지는 물가와 생활비에 대출 상환 기간이 더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빚도 갚고, 삶의 여유를 즐기고, 결혼이라도 하려면 대기업이 주는 상대적으로 충분한? 연봉이 필요하다. 그런데 왜 그 충분한 연봉은 꼭 대기업에서만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중소기업의 평범한 사원들이나 대형마트의 판매직 노동자, 건선현장의 일용직 노동자, 통신판매 노동자,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는 왜 받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일터에서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를 생산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대가의 편차가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 다 자신의 못남을 탓하면서 말이다. 재벌의 이익이 나의 이익이라는 믿음을 가지고서... 좀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대부분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터 “자신”이 아닌 “그들”을 위해 배움을 강요받는다. 유아 때는 모국어보다 외국어를 배워야하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정해진 과목들만 교육받는다. “학생은 공부를 잘해야 한다.”라는 말은 늘 듣지만 “누구를 위한?” 이라는 질문에 답할 수가 없다. 배움이 정말 즐거운 학생이 몇이나 될까? 그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서 서로를 이기기 위해서 싸운다. 대학도 취업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꿈과 자아를 발견하는 것은 정말 최면에 가까운 일이다. 어쩌면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게 아니라 찾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러한 시스템에 충실했지만, 최고의 상품은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 마지막 과정에서 나를 위한 배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사람들 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일찌감치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정치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누가 선동하지 않아도 촛불을 들기 위해 서울로 나선다. 그리고 현실과 타협해 대기업을 지원했지만, 이 사회가 변하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선배들을 보면 마음은 있지만 직장에서 피해를 볼까봐 집회에 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나도 역시 그런 입장에 놓일 것이다. 하지만 노력을 할 것이다.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다함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일단 최종 합격이 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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