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일반
전태일 유족과 협의없이…박근혜식 "일방 통합" 가로막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노동자와 시민단체 회원 등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전태일재단이 들어있는 건물 들머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출입을 막으려고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전태일재단 방문시도 무산전태일 열사 동생 태삼씨“전태일 정신 없이 방문 안돼”쌍용차 노조원과 골목길 막아순옥씨도 “쌍용차 먼저 갔어야” 박근혜, 재단과 통화뒤 발길 돌려“화해·협력하는 나라 만들겠다”캠프에선 “분열세력 물리쳐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8일 전태일 재단 방문을 시도했으나, 유족과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의 화해·협력"을 명분삼아 추진해온 박 후보의 "국민통합 행보"에도 일부 제동이 걸렸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24분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전태일 재단 앞 골목에 도착했다. 박 후보 쪽은 “재단 사무국과 사전 조율을 마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태일 열사의 동생 태삼씨는 “전태일 정신 없이 재단을 찾아오는 것을 유가족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단으로 통하는 골목길을 막아섰다.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시위를 해오다 박 후보의 방문 소식을 듣고 몰려온 쌍용차, 기륭전자 노조원 60여명도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를 외면하면서 전태일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 "노동권 외면하며 전태일을 이용 말라"는 손팻말을 들고 박 후보의 진입을 가로막았다. 유족과 노조원에 가로막힌 박 후보는 재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재단) 앞에까지 왔는데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불편하지 않게 해드려야 하는데”라고 물은 뒤, “오늘은 제가 가서 뵙지 못하고 다른 기회를 보도록 하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박 후보는 대신 재단 인근 청계천 6가에 있는 "전태일의 다리"를 찾아 이곳에 있는 전태일 열사 동상에 헌화하려 했다. 하지만 쌍용차, 기륭전자 노조원들은 “열사 정신을 이런 식으로 모욕하지 마십시오”라며 박 후보의 헌화를 가로막았다. 박 후보는 전 열사의 친구로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던 김준용씨를 통해 흰색 국화 꽃다발을 동상 앞에 내려놓았지만, 꽃다발은 곧 노조원들의 발길에 채였다.
전태일 찾은 박근혜…멱살잡힌 해고노동자=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청계천 버들다리에 있는 전태일 동상에 꽃을 바치려는 순간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팻말을 든 채 동상 앞을 막아서고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김 지부장이 "쌍용차 문제해결을 외면하며 전태일 정신을 말하는 것은 대국민사기극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동상 앞에 주저앉자 경호원이 멱살을 잡아 끌어내려 하고 있다. 뉴스1박 후보는 재단 방문이 무산된 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 후보는 동행한 인사들에게 “산업화·민주화 세력이 화해하고 협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 유족에게도 전해달라”며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이날 전태일 재단 방문 뒤, 전 열사의 친구들과 좌담회를 열고 "민주화와 산업화를 넘어선 새로운 시대"를 실현할 구상을 설명할 계획이었다. 박 후보 진영에선 유족과 노조원을 "분열세력"으로 낙인찍는 거친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박 후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아무리 방해하고 장막을 친다 해도 국민을 통합하겠다는 박 후보의 행보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을 분열시켜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을 반드시 물리치고 국민통합의 "100% 대한민국"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박 후보의 행보가 너무 일방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박 후보 방문에 앞서 유족들은 “너무 일방적”이라며 방문을 중단해달라는 뜻을 밝혔었다. 전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민주통합당 의원은 박 후보의 방문에 앞서 “전태일 재단 건물을 찾는 것이 전태일 정신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정으로 전태일 정신을 생각한다면 쌍용차나 용산참사 희생자 등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런 장소에 전태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진정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과거 5·16쿠데타와 유신, 군사독재에서 지금의 정수장학회까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지금의 말과 행동은 그 진실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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