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특별가석방까지 20년간의 옥중 수기와 편지 모음집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신영복 선생은 1941년에 태어나 1968년에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구속되었으니까, 딱 제 나이 27살때 기약없는 옥고가 시작된 것이네요. 그런데 편지와 메모 한장한장을 읽으며 그 의연함에 숙연해질 뿐입니다. 차디찬 철장 속의 젊은 수인이, 마치 잘 정돈된 서재에 앉아 있듯이 글을 씁니다. 27살이면, 겪어온 장애와 시련이랄 것도 별로 없을 나이지만 일상에서나 앞으로의 "벽"들을 대략 짐작할 만한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한 감상적 자세로 돌아서 서러워하거나 화를 내기도 하지요. 마치 갑작스러운 것이었던 것 마냥. 책 속의 글들엔 그러한 가벼움이 존재하지 않고 늘 초연할 뿐입니다. 지금 제가 신영복 선생의 의연함에 다시 한번 감탄하는 것은 그에 비해 저의 그릇이 한없이 작음을 오늘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일을 한순간의 울컥함으로 평행선을 그어버리듯, 저급한 비아냥과 맘에도 없는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후회하기 까지의 시간차는 겨우 30초 정도 되었던 것 같네요. 자신의 처지와 지금 닥친 일이 늘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처럼 느끼는 무수히 많은 속물들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27살 신영복의 의연함이, 신이 하사한 천성은 아니겠지요. 아직도 어리고, 넓고 깊게 살지못하고 있는 저를 다잡아야하겠습니다. 그래서... 술을 한잔해야 할지, 집으로 겨 들어가야할지 고민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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