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도 될까요
한상우 인천시민교육문화센터 십시일반 센터장
2011년 03월 04일 (금)
시인을 꿈꾸는 초등학생 조카가 있다. 요즘 세상에 시인을 꿈꾸는 아이라니 얼마나 멋진가. 얼마 전 만난 그 엄마에게 여전히 시인의 꿈을 잘 키우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요즘은 조카가 시인만 해서는 밥을 먹고 살 수가 없으니 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시를 쓰겠다고 했단다. 그 엄마는 무척이나 흡족한 표정이었다.고등학생들에게 꿈이 뭐냐 물으면 대부분은 자신이 가지고 싶은 직업을 말한다. 의사, 판·검사, 선생님, 공무원, 대기업 직원 등이 우선 순위에 든다. 왜 그 일을 하고 싶냐고 물으면 이전세대와는 다른 대답이 나온다. 아픈 사람을 고쳐주거나 나쁜 사람을 벌주고 싶다거나 아이들이 좋아서라는 대답은 더는 듣지 못한다. 대부분 안정적인 월급·사회적 지위 때문에 그 직업을 지향한다.시인을 꿈꾸는 조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더니 경제적인 문제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함께 택했다. 중·고등학교를 가면서 이 꿈이 어떻게 변할까 생각하면 씁쓸하다. 어린 아이들이 갈수록 영악해진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세상이 험악해져 아이들의 꿈을 짓밟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예전에는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해지는 일이 꿈이었다. 그 꿈에는 자신의 행복과 함께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함께 들어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이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이해하고 성장해갔다.하지만 요즘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꿈이 없다. 그냥 직업이 꿈이다. 그 직업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도 별로 없다. 중요한 기준은 경제적 안정, 사회적 지위와 같은 개인의 물질적 욕망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부모는 자식들이 자신들처럼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힘들지만 생활비를 쪼개 학원도 보내고 안쓰럽지만 공부하라고 아이를 닦달할 것이다. 하지만 이게 최선일까.사실 아이들의 꿈이 사라지고 변한 것이 아니다. 어른들의 꿈이 사라진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아이들을 통해서 투사되는 것이다. 즉 오로지 경제적 가치만이 최선이라고 믿는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꿈도 꾸지 못하게 하며 출세를 향한 경쟁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엔 경제적 가치가 어떤 사회적 가치보다 중요하게 여겨졌다. 평등, 인권, 민주주의, 환경 등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는 발붙일 틈이 없었다. 그 결과 우리는 물질적 가치만을 쫓고 이를 위해 경쟁 속에서 나만 이기면 된다는 이기적 태도, 승자독식의 분배가 정당화 된 시대를 살고 있다. 그 경쟁 속에서 성장한 어른들이 자신의 성공 신화, 혹은 실패담 속에서 아이들을 더 격화된 경쟁 속으로 내몰고 있다.군사독재를 추억하는 기성세대들은 그때의 노력으로 이제 밥은 먹고 살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그렇다. 이제 국민소득도 높아지고 밥은 먹고 살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로사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대적 빈부격차의 확대로 사회적 갈등이 높아져간다. 그리고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을 쉬지 못하게 한다.이제 그만 기존의 물질, 성장, 경쟁의 사회적 가치를 바꿀 때가 됐다. 이런 가치로는 더 이상 다수가 행복해지고 아이들이 꿈을 키워갈 수 없다. 어른들부터 평등과 인권, 더불어 사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가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때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고 아이들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부터 새로운 세상을 꿈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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