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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일간의 쌍용 파업, 그 후...
 작성자 : 바로그거
작성일 : 2011-03-05     조회 : 2,188  

‘쌍용차 복직’ 약속만 믿다 스러져가는 ‘무급 휴직자’
쌍용차, 무급휴직 450명 복직 ‘침묵’ 일관
숨진채 발견된 어느 가장 통장 살펴보니 카드빚 뿐
1년 휴직 끝나도 복직안돼 건설현장 날품팔이 전전해

 
‘통장 잔고 4만원, 카드빚 150만원’
지난 26일 아침 경기 평택시 세교동 ㅇ아파트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쌍용자동차 노조원 임아무개(44)씨가 세상에 남기고 간 현금자산 현황이다.
지난해 4월25일 아내의 투신자살에 이어 1년도 안 돼 싸늘한 주검이 된 임씨의 빈소는
고교 1년생 아들(18)과 중학교 2년생인 딸(15)이 외롭게 지켰다.
 

경찰과 쌍용자동차 노조는 “임씨가 평소 지병이 없었고, 파업 뒤 복직을 못하자 가족 생계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
가족의 말에 따라 과도한 스트레스에 따른 심근경색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씨는 2009년 6월 회사가 노동자 2646명의 정리해고 방침을 통보한 데 반발해 77일간 진행된 노조 파업에 참여했다.
당시 노사는 해고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공장을 사수했던 970여명의 노조원 신분을 놓고 마지막까지 협상을 벌여
48%는 1년 무급휴직 뒤 복직을, 나머지 52%는 정리해고라는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임씨는 노조가 타협을 통해 ‘지켜낸’ 48%, 즉 450여명의 무급자 중 1명이다.

임씨가 숨지기 하루 전 저녁식사를 함께한 고향친구 김아무개(44)씨는
“아이들 등록금만 생각하면 가슴이 숯덩이가 된다고 말했다”며
“작은아이의 고교 입학 전에는 꼭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는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회사 복귀 소망이 컸던 임씨는 왜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을까?
임씨처럼 무급휴직자는 회사가 4대 보험비를 내기 때문에 신분상으로는 쌍용자동차 소속 노동자다.
이 때문에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은 퇴직금과 실업급여를 받았지만,
임씨와 같은 무급휴직자들은 ‘1원 한푼’ 받지 못했다.
휴직중 다른 회사 취업도 복수취업이라는 규정 때문에 엄두조차 내질 못했다.

임씨처럼 무급휴직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날품팔이 노동뿐이다.
임씨 역시 건설현장에서 날품을 팔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다.
하지만 겨울철엔 일감이 거의 없다.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버거웠다.
그는 최근 자신의 소형아파트를 팔아 전셋집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전셋값 폭등으로 이마저도 관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임씨의 형(47)은 “애들 엄마가 죽고 난 뒤 동생이 우울증을 겪는 아이를 위해 병원과 학교로 뛰어다녔다”며
“명색이 쌍용차 직원인데도 회사에서는 누구 하나 들여다보는 사람 없고 아이들만 고아로 남게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무급휴직자 1년 뒤 복귀’와 ‘생산물량에 따른 순환근무’라는 노사 대타협대로라면 이들은 지난해 8월6일 복직했어야 한다.
무급휴직자 대표 이성호(49)씨는 “복직 시점을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관둘 수도 없고 다른 회사로 취업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복직해 순환휴직이라도 하면 정부가 주는 평균임금의 70%에 이르는 휴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지만
복직이 안 된 상태에서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임씨 등 무급휴직자 246명은 지난해 10월27일 서울남부지원에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지난해 8월6일 미복직에 따른 ‘임금 청구의 소송’을 냈다. 첫 재판은 오는 3월11일 열린다.
그러나 합의문에 대한 노사 양쪽의 주장은 팽팽하다.
쌍용차 관계자는 “합의 내용은 1년 경과 뒤 생산물량이 늘어 주간 연속 2교대가 되면 무급휴직자를 채용하는 것이지만,
현재는 생산 물량 대비 인원이 넘친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새날’의 김상은 변호사는 “노사 합의 내용은 1년 뒤 이들을 복직시키는 것”이라며
“물량 부족 때는 야간 및 연장근로를 없애고 주간 2교대를 통해 일자리를 나누자는 것이
합의 내용인데 회사가 이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쌍용자동차 파업을 전후해서 숨진 노조원과 가족의 수는 자살 노조원 4명을 비롯해 모두 12명에 이른다.
쌍용차노조 이창근 기획실장은 “이것은 자본이 노동자를 살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이 나와야 노동자들의 절규가 들리겠는가”라며 침통해했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