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림을 잃어도 온다는 봄"이 올해는 특히 더디 와서 꽃 한송이 제대로 못 보고 지나칠까봐 매일 관찰일기 쓰듯 찬찬히 들여다 봤더니, 그 정성이 갸륵했는지 이리 예쁜 얼굴을 보여 주네요.^^ 그럼, 한 녀석씩 둘러볼까요? 먼저 이 친군, "목단"입니다. 화투판에 다소곳이 청단띠를 두르고 있는 그 목단이 맞습니다. 하지만 개량종이라 그림과 많이 다르지요? ^^ 이번에는 "앵두꽃"입니다. 앵두꽃은 떨어지면 바로 열매가 맺히죠. 그래서 다른 꽃에 비해 오래 가지 않아, 더욱 애틋하고 어여쁘게 느껴집니다. 가장 많이 기대하며 기다리던 "매화"입니다. "매화"는 "설중매"에 익숙해 있던지라, 모든 매화가 겨울에 피는 줄 알고 지난 겨울부터 어찌나 오래 기다렸던지요. 봉우리가 맺히고, 팝콘처럼 터지기 시작하는 순간, 제 입에서도 함성이 터졌답니다.^^ 청명한 하늘빛과 너무도 잘 어울리죠? 다들 아시죠? 야생화, "제비꽃"입니다. 민들레만큼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요. 그런데 올해 우리집 마당에 유독 많이 폈네요. 저야 당연히 땡큐죠.^^ 제비꽃도 우리나라에 알려진 종만 16가지가 넘을 만큼 종류가 많아서 자신이 전에 알고 있던 모습과 많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 친군 "매발톱꽃"입니다. 이 친구도 색깔과 모양이 다양하죠. 봄철이 되면, 꽃집에서 파는 화분 중에 얘네들을 심어 놓은 걸 자주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실외에서는 번식도 잘하고, 월동도 잘하지만 실내에서는 잘 죽어버립니다.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예쁜 색깔과 모양에 현혹되어 샀다가 후회하는 일 없으시길...^^ 프랑스에서는 실의에 빠진 사람이 매발톱 꽃잎을 두 손에 문질러 바르면 샘물처럼 용기가 솟아난다는 전설이 있어 "성모의 장갑" 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지금 실의에 빠져 허우적 대는 분들은 연락주세요. 제가 장갑, 한 켤레씩 보내드립죠.^^ 마지막으로, "벚꽃"입니다. 요즘엔 가로수로도 많이 있어 흔한 꽃이 되었지만, 언제 봐도 마음이 화사해지면서 미소가 번지게 되네요. 낼모래 비가 오고 나면, 나무들은 꽃들을 떨어내고 파란 이파리들을 뿜어내겠죠. 개인적으로 저는 꽃보다 갓피어오른 잎사귀들의 푸른 빛을 더욱 예뻐라 하지만, 이렇게 꽃들이 지고 나면 꽤 아쉬울 듯...^^ 다들, 아파트 화단에 있는 꽃, 길가에 핀 가로수, 남의 집 담벼락 위로 삐죽 나온 꽃나무라도 들여다보며 이 봄과 아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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