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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쥐 생각해주는 나라(타임오프제)
 작성자 : 외딴섬
작성일 : 2010-07-09     조회 : 1,864  

얼마 전에 읽은 웃긴 이야기 하나.
 
쥐가 고양이에게 쫓겨 막다른 골목에 갇혔다.
고양이가 쥐에게 말한다.
“나는 채식주의자야”
 
쥐는 답한다.
“진작에 말씀을 하시지. 괜히 힘들게 도망 다녔잖아요”
 
하지만 고양이는 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 발로 쥐를 "퍽"
“그래서 너를 잡아다가 야채로 바꿔 먹을 거야”
 
절대로 고양이는 쥐를 봐주지 않는다.
요즘 고양이들은 쥐를 먹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붙잡아서 죽이고 버린다.
고양이가 나쁜 놈이 아니다. 그게 고양이의 본성이다. 쥐를 잡는게...
 
노동부, 아 며칠 전에 고용노동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고용노동부 장관인 임태희가, 아 이 사람도 또 대통령실장이 되었다.
암튼 이 사람이 최근 "타임오프제" 관련해 자본가들에게 한마디 했다.
 
타임오프제 시행 과정에서 “노동부 핑계를 대고 (노동조합과) 협의할 수 있는 사항도 모르쇠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의 기회를 찬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원래 노사정 합의 취지는 이런 게 아니었다. 누구는 이익을 보고 누구는 손해를 보라는 법안이 아니다”
 
이 기사, 정말 고양이가 쥐 생각 해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타임오프제는 본질적으로 노동조합을 죽여, 자본가를 유리하게 하는 제도다.
헌법에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어 있다. 이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구성해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해 사용자인 자본가와 교섭한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힘을 가지고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노동법이란 것은 강자인 사용자가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사항을 적시한 것이다.
고용되지 못하면 먹고 살 수가 없는 노동자는 무조건 사용자에게 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무분별한 착취와 탄압(아동노동금지, 모성보호법, 산업안전보건 등등)을 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제한 장치를 한 게 노동법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기준으로 일해 보라.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노동환경은 열악. 곧 산재가 나거나, 질병을 얻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예전에 군 생활을 함께 했던 동생 중에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친구가 있다. 자기 소원은 회사에서 "안다치고", "안아프고", "안짤려서" "정년퇴직"하는 것이란다.
 
단체교섭이란 노동조합이 회사와 매년 임금과 노동조건(노동시간, 휴게시간, 노동안전 등등)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사장님들은 해마다 경제위기와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한다. “파이가 커지면 그때 나눠주겠다. 지금은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해방 이후 반죽에 들어간 이 놈의 파이는 언제쯤 커져서 나눠질지 정말 궁금하다.
 
단체 교섭은 노동에 생존을 의존해야 하는 노동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회복지가 취약한 우리 사회에서 가장의 월급으로 학비와 생계, 보험금, 집장만 등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가능한 한 높은 임금,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게 일 할 수 있는 노동조건의 확보는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는 생명줄 같은 것이다.
단체교섭을 잘 하려면 노동조합의 힘이 세야 한다. 회사가 노동자의 요구를 자진해 수용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실력 행사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번에 시행된 타임오프제는 노동조합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제도이다.
 
노동조합은 일상적으로 공장에서 노동자들의 고용과 건강한 노동조건을 만드는 일을 한다. 예를 들면 회사가 생산량을 늘리라고 하면, 그것이 가능한 수치인지 노동자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분석하고 회사와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위험한 작업 환경을 찾아 이를 수정하라고 요구한다. 노동자의 일자리를 비정규직이나 하청으로 대체하려고 하면 이것을 막는 것도 노동조합의 역할이다. 회사의 부당한 지시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힘이 노동조합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조합의 전임자 수를 정부가 나서서 대폭 제한했다. 그리고 이것을 어기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노동부가 노동자를 착취해서 돈만 벌려는 사용자를 규제해야지, 더 나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만들려는 노동자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대단한 반전이다. 그리고는 자기들도 민망했는지 자본가들에게 너무 심하게 하지 말란다.
맞는 말이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노동조합은 전임자 수가 제한되어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그러면 노동자들도 조합에 대한 기대를 버리게 될 것이다. 그때쯤에 슬슬 노동조합을 "말살" 시키는 작업을 시작하면 된다. 괜히 아직 제도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난리를 피우는데 명분을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노동부가 앞장서,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사회. 기업하기 좋은 나라. "비즈니스 프랜들리" 라는 MB의 세계관을 실천하는 노동부.
MB 뿐만 아니다. 이 앞 전의 두 대통령들도 비슷했다. 코레일에 정규직 승무원으로 합격한 여성노동자들을, 회사를 분사하며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놓고는 몇 년씩 책임지지 않았다.
본성이다. 그들의 본성은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그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그들의 본성이다. 군림해서 그 권위를 유지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
 
고용노동부.
이름대로 일할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드는 본래의 과제를 수행했으면 좋겠다. 재계의 똘마니가 아니라.
물론 본성이 달라서, 안되는 걸 알지만...